초기 성공 이면의 불안한 현실
AI 기반 영업 자동화 스타트업 11x는 2022년 창업 당시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듯 보였다. 출범 직후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고,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탈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한 시리즈 B 투자에서 5천만 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부 및 외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회사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는 이와 크게 다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완전한 제품으로 대규모 고객 이탈
11x의 핵심 서비스였던 AI 기반 이메일 영업 자동화 기능은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 이메일 기능에서 성능 저하와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 등이 다수 보고되며, 계약 기간 내 중단 조건(break clause)을 활용해 서비스를 중지한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고객사 허위 사용 주장도 논란
신뢰도에 타격을 준 또 다른 문제는 고객사 명단의 조작 의혹이다. 11x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글로벌 유명 기업들의 로고가 게시됐으나, 이 중 일부 회사는 자신들이 공식 고객이 아니라고 공개 반발했다. 대표적으로, 기업 정보 플랫폼 줌인포(ZoomInfo)는 “11x의 고객이 된 적도 없고, 로고 사용을 승인한 바도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해를 부른 실적 부풀리기 논란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11x는 연간 반복 매출을 산정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한다. 무료 체험 사용자까지도 장기 고객으로 분류해 실적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질적으로 확보한 고객의 70~80%를 잃었다는 증언도 있다.
직원 이탈 잦고 근무 환경도 부정적
기업 내부 문화 역시 안정적이지 못했다. 직원들은 CEO 하산 수카르(Hasan Sukkar)의 강압적인 리더십과 상당한 업무 강도에 따라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가 주를 이루며, 이로 인한 인력 이탈이 빈번했다는 지적이다.
불확실한 성장 전략에 대한 우려 확산
많은 투자자와 업계 인사들은 11x의 사업 모델 자체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품의 완성도, 고객 유지율, 내부 운영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초기의 화려한 성장세와는 달리 현실적인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의견
11x의 사례는 AI 기술이라는 혁신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제품 완성도와 고객 신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이 빠르게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간의 매출 성과나 외부 투자로 포장된 성공 스토리보다, 실질적인 사용자 만족과 장기적인 고객 유지 전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