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영국 AI 사업 확장 본격화
구글이 영국에서 인공지능(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구글 클라우드 CEO 토머스 쿠리안(Thomas Kurian)은 최근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에이전트스페이스(Agentspace)'를 영국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인프라를 활용한 이 플랫폼은 현지 호스팅을 지원해, 기업들이 데이터를 영국 내에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데이터 보안과 통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스타트업 지원과 AI 교육 확대
구글은 자사의 새로운 영국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최대 28만 파운드(약 4억8천만 원)의 구글 클라우드 크레딧을 지원하며, AI 관련 직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사의 오디오 생성 모델인 'Chirp 3'도 개발자 플랫폼 '버텍스 AI(Vertex AI)'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 개발 지원
에이전트스페이스는 대규모 정보를 요약하고 처리하는 기업용 AI 도우미를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NotebookLM’ 같은 기능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맞춤형 AI 비서를 구축할 수 있다. 구글 측은 특히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점차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피하는 추세에 대응해 현지 맞춤형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IDC 애널리스트 믹 헤이스(Mick Heys)는 “많은 기업들이 공용 클라우드 환경에서 AI를 사용하는 데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전용 인프라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이동통신사 BT와 글로벌 광고 대행사 WPP는 구글 클라우드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AI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AI 자립 추진과 규제 개편 대응
이번 구글의 행보는 영국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영국 정부는 AI 기술을 행정 효율화에 활용하고, 지역별 'AI 클러스터' 설립과 규제 정비 등을 통해 글로벌 기술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다.
한편, 하사비스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 국제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의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구글이 경쟁 기업들과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라는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총평
구글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AI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영국 내 현지 호스팅 방식은 EU와 영국의 까다로운 데이터 보호 규제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기업 고객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경쟁사들과의 협업을 택한 영국 정부의 결정은 구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어, 향후 입지 강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