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기술 격돌, 흔들리는 미국의 우위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자국의 AI 기술 우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 정부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OpenAI, Anthropic, 구글 등은 중국의 AI 모델들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AI 모델, 미국 기술 수준에 성큼 다가서
미국 기업들이 특히 주목한 모델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DeepSeek R1이다. 이 모델은 높은 성능에 더해 무료로 공개되어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OpenAI는 "DeepSeek는 국가 보조금을 받고, 국가 통제 하에 운영되며,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고 밝히며, 이러한 시스템이 글로벌 A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압도적인 가격 차이, 경쟁에 불 붙여
중국의 또 다른 AI 경쟁자로는 바이두의 Ernie X1와 Ernie 4.5가 있다. Ernie X1는 DeepSeek에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비용은 훨씬 저렴하며, Ernie 4.5는 OpenAI의 GPT-4.5보다 여러 지표에서 나은 성능을 보이면서 가격은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DeepSeek 역시 OpenAI 모델보다 20~40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 미국 기업에 큰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기업, 보안 및 경제적 리스크 경고
기술 경쟁 외에도 미국 기업들은 보안 문제와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OpenAI는 "중국 정부가 DeepSeek를 통해 민감한 시스템에 접근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Anthropic는 AI 기술이 생물학 무기 개발과 같은 생물안보(biosecurity) 관련 위협에 사용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를 정부에 요구했다.
AI 리더십 유지 위한 정책 개선 요청
미국의 AI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nthropic는 2027년까지 고성능 AI 모델 학습에 막대한 전력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인프라 확대를 제안했다. OpenAI는 AI 개발 경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구도로 규정하고, 자유시장 중심의 미국 모델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았다.
통합 규제 필요성 강조…부처 주도의 AI 관리안 제안
AI 정책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OpenAI는 각 주마다 다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며, 상무부를 중심으로 한 관리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Anthropic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데이터에 대한 보다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저작권과 지식재산권 보호가 AI 발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AI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일 필요성을 함께 제기했다.
기자 의견
이번 이슈는 AI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단순한 기술력의 대결을 넘어, 경제적·국가안보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DeepSeek R1이나 Ernie 4.5 같은 중국산 모델들이 기술력을 확보해 가면서도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점은, 혁신보다는 가격경쟁력을 의식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경계하는 바는 사실 “기술 패권을 누가 잡느냐”의 문제이면서도, AI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AI 규제안과 수출통제 정책이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