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세계 경쟁과 지정학 지형을 바꾸다
AI 대국 미국과 중국 주도…중견국은 공급 확대와 수용 속도 사이 고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급속한 발전이 세계 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AI 강대국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중견국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심화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 AI 투자, 미국 독주…중국이 뒤쫓아
세계 AI 경쟁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기술부문 BCG X의 수뱅 듀랑통 글로벌 리더는 “미국 기술기업의 시가총액은 유럽의 20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5배에 달한다”며, 투자 규모 면에서도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경쟁 요소는 연산 능력과 AI 모델 개발을 위한 자본 투자다. 미국은 전 세계 AI 연구 인력의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 데이터 센터 인프라, 투자 규모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첨단 AI 칩에 대한 접근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 미국의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데이터 보유량과 데이터센터 역량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LLM(대형 언어 모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여기에 AI 인력을 양성하는 학계의 투자가 더해지며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견국들, 채택 가속화와 공급 확대 사이에서 선택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 속에서도 중간 규모 국가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풍부한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인재 저변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중동은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강력한 자본 투자와 저렴한 전기요금을 무기로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기존의 기술 생태계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의 니콜라우스 랑은 “중견국들은 AI 공급망을 자국 내에서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것인가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지정학 속 AI 전략…기업은 공급망 다변화 나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AI 투자와 인력 운용에서 점차 리스크를 의식하고 있다. 듀랑통은 “대기업의 절반 가량이 세계 각지에 AI 조직을 운영 중이지만, 각국의 규제와 주권 이슈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지정학 환경이 형성되기 전부터 글로벌 AI 인력을 구성해 왔기 때문에 대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연구개발 비용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각국 정부의 자금 지원도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은 지정학적 충돌을 피해가고자 AI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지정학과 기술이 맞물리는 AI 경쟁 구도 속에서 기업과 국가 모두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의견
최근의 생성형 AI 경쟁 구도는 기존의 기술 혁신을 넘어 국제적인 역학 관계에까지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쌍두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견국들의 전략적 움직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 투자와 함께 국제 협력,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기술 자체뿐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 관리 역량 역시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AI 경쟁은 전방위적 '총력전'으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