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 업그레이드 성급했나?
2022년 말, 챗GPT(ChatGPT)의 등장으로 전 세계 IT 산업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AI 기술을 공개하고 적용했지만, 유독 애플만이 조용한 행보를 보여 의문을 자아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이 AI 기술에서 뒤처졌거나, 독자적인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실제와 기대 간 괴리
하지만 지난 6월 10일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애플은 드디어 자사의 AI 기술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애플은 이를 타사 AI 솔루션보다 정교하고 고급스럽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상은 여러 기능과 앱, 서비스를 포괄하는 ‘마케팅 개념’에 가까웠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특히 많은 기대를 모은 개선된 시리(Siri)는 ‘사용자 맥락에 맞춘 개인화된 지원’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확산됐다. 일부 기능은 지나치게 사소하거나 오히려 사용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리 개발 지연 발표…애플에 쏟아진 비판
결국 올해 3월 7일, 애플은 시리의 개인화 기능 및 앱 간 통합을 지원하는 업데이트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는 애플이 제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홍보부터 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은 언제나 준비가 완벽히 끝난 제품만을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 사태는 팀 쿡 체제 아래에서 애플이 기존의 전략을 버리고 시장의 AI 열풍에 따라 성급한 발표를 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AI 경쟁 속 애플의 고민
이번 사태는 AI 기술이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이나 기술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리의 개선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사용자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을 제공하기 위한 복잡한 기술이 요구된다.
애플이 ‘프라이버시 중시’라는 철학 하에 로컬 기반 AI 처리를 강조한 것도 발전 속도를 늦춘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더 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의견
애플이 보여준 이번 ‘시리 업그레이드’ 실수는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에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AI 경쟁에서, 신중함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애플의 철학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신뢰받는 기술 기업으로서 사용자의 기대를 정확히 반영하고, 기능의 실효성을 확보한 뒤 공개하는 원칙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