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idia, 美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조건으로 H20 칩 수출 면제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엔비디아(Nvidia)가 자사의 고성능 AI 칩 'H20'의 중국 수출 금지를 피하게 됐다. 이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美, H20 칩 제재 보류…AI 패권 전략과는 상반
H20 칩은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가능한 마지막 제품으로,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자사의 오픈 AI 모델 R1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해 주목받았다. R1 모델은 미국의 AI 솔루션과 경쟁할 만큼 높은 성능을 보여, 미국 내에서도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수출 제한을 준비하다가 결국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측의 이번 결정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AI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은 그대로 유지돼, 대부분 국가,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칩 수출은 여전히 엄격히 통제된다.
엔비디아 "과도한 규제가 혁신 저해"
엔비디아는 이러한 미국의 수출 통제를 두고 "전례 없고 잘못된 접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AI 산업의 글로벌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AI 기업들은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미국 내 인프라 투자와 같은 조건들을 앞세우며 유리한 협상 조건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기자 의견
이 사안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이면에서 기술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이해관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조정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하드웨어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한 기술 내셔널리즘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협력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 발전의 흐름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