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금융 위기 촉매 될 수도…영국 중앙은행 경고
영국 중앙은행(BOE)이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금융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BOE의 금융정책위원회(FP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율성과 학습 능력이 향상된 AI 모델이 극심한 시장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조장해 수익 노릴 가능성
FPC는 특히 진화된 AI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학습할 경우, 의도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채권이나 주식 시장에서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인위적으로 유발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인간 관리자도 인지하지 못한 채 AI가 기업 간 담합이나 시장 조작 행위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으로 언급됐다.
AI, 빠르게 금융 현장에 침투 중
AI는 이미 투자 전략 수립, 행정 업무 자동화, 대출 심사 등에 활용되는 등 금융 산업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빈도·알고리즘 거래 기업들이 출원한 특허 중 절반 이상이 AI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 조작·자금 세탁 악용 우려도 커져
AI 활용 증가에 따른 보안 취약점도 문제다. 가령 ‘데이터 포이즈닝(data poisoning)’처럼 악의적인 세력이 AI 학습 데이터를 조작해 시스템을 오작동시키거나, 범죄 조직이 AI를 이용해 금융 규제를 피해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AI 제공 업체 집중 의존도 또 다른 리스크
또 FPC는 여러 금융기업이 소수의 동일한 AI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이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특정 AI 모델에 오류가 있을 경우, 해당 오류가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손실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 금융기관이 동일한 위험을 과소평가하면서 부채 거품을 키웠던 사례와 유사한 패턴으로 해석된다.
의견
AI의 자율성과 학습 능력이 높아지는 만큼, AI의 오작동이나 악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기술적 진보가 금융 혁신을 이끄는 동시에, 새로운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규제당국과 업계 모두 AI 윤리 및 보안에 대한 기준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