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이너들, AI 저작권 개정안에 강한 우려 표명
AI 학습에 창작물 무단 활용 허용 시 업계에 피해 우려
영국의 디자인 업계가 최근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톰 딕슨, 세바스찬 콘란 등 유명 디자이너 35명이 기술부 장관 피터 카일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이 영국 디자인 산업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의 개정안은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 없이 창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출판, 음악 업계를 비롯한 여러 문화 산업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는 조항이다.
“디자인 산업의 가치를 간과한 결정”
디자이너들은 서한에서 “정부가 디자인 산업이 국가 경제와 국제적 평판에 기여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국 디자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빨간 공중전화박스, 런던 지하철 노선도,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 설계 등을 언급하며, 디자인 분야가 어떤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왔는지를 강조했다.
또한 디자인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짚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창작 활동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디자이너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탈퇴제(opt-out) 방식은 불공정하고 비현실적”
정부 제안에 따르면, AI 기업은 창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저작권자가 이에 반대하려면 별도로 ‘탈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이 제도에 대해 “불공정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더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현재의 저작권 관련 규정이 창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AI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의견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AI 활용 확대는 필연적인 흐름이지만,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탈퇴제'는 정보 비대칭이 심한 상황에서는 저작권자가 제 권리를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 창작자들의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결국 AI가 학습할 콘텐츠조차 고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저작권 논쟁을 넘어서 창의 산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