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브루탈리스트, AI로 헝가리 억양까지 세밀하게 다듬다
브래디 코벳 감독의 새 작품 더 브루탈리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각적으로 눈부신 이 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가상의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 라슬로 토트의 이야기이다. 미국으로 이주하며 가족과의 아픔을 남긴 그의 인생을 다룬다.
AI로 배우들의 언어 장벽 극복
이번 영화의 독창성 뒤에는 AI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편집자 다비드 얀초는 배우들의 헝가리어 대사를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우크라이나 기업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리스피처(Respeecher)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헝가리어는 복잡한 음운 체계로 인해 비원어민 배우들에게 특히 도전적인 언어다.
리스피처는 사용자 음색을 기반으로 음성을 모델링하는 기술을 통해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 등이 벅차했던 특정 발음들을 보완했다. 얀초는 대부분의 조정이 미세한 수준에 그쳤으며, 본인이 직접 대체 음성을 제공해 배우들의 연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제작 예산과 시간을 절약한 AI 기술
AI가 단순히 작업 효율을 높인 수준을 넘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작진이 수작업으로 모든 헝가리어 대사를 수정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겠지만, AI는 이 과정을 빠르게 단축해 주었다. 이는 약 1천만 달러의 제작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특히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AI는 영화 속 라슬로 토트의 건축 도면 일부를 생성하거나, 베니스 비엔날레 장면에서 배경 건물을 완성하는 데에도 활용됐다. 이 작업들은 AI가 단독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결과물을 구현하는 데 일부만 기여했다고 감독 코벳은 강조했다.
AI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논란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AI 기술 사용은 끊임없는 논의를 이끌고 있다. 특히 AI가 예술성과 창작 정신을 훼손하는지 아니면 이를 도와주는 도구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2023년 미국 작가조합(WGA)과 배우노조(SAG-AFTRA)의 파업에서도 AI의 사용 제한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편집자 얀초는 AI가 "단지 작업 속도를 월등히 높이는 도구일 뿐"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는 배우들의 헌신적 노력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영화적 풍미와 기술의 조화
31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중간 인터미션을 특징으로 하는 더 브루탈리스트는 전후 브루탈리즘 건축 운동을 조명하는 동시에 고전적인 미국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AI 기술을 넘어서, 인간의 창의적 서사가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의견
영화 더 브루탈리스트는 AI 기술을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헝가리어라는 언어적 어려움을 해결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 자체를 존중하려는 자세는 감탄할 만하다. 다만 AI가 예술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술은 조력자로써의 역할에 머무는 것이 창작의 본질을 지키는 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