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의 선구자 웬디 홀, "기술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과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웬디 홀(Wendy Hall) 박사는 AI 기술 발전의 윤리적, 사회적 방향성을 꾸준히 고민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웹 과학 연구 이니셔티브(Web Science Research Initiative)의 공동 창립자이며, 영국 정부 AI 위원회의 일원으로 활약 중이다. BBC 라디오4 ‘Woman's Hour’는 그녀를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AI 분야
홀 박사는 AI 산업이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지난 1987년, 그녀는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여성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을 다룬 첫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 과정에는 등록한 여성이 전무했다. 그녀는 이 현상의 원인을 가정용 컴퓨터가 주로 남자아이들을 겨냥해 마케팅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로 인해 '컴퓨터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되며, 어린 소녀들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약 40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은 여전히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설계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고, 이는 향후 기술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다. 특히, 수학 또는 컴퓨터 과학 학위가 필요한 인공지능 개발 분야에서는 여성 참여가 극히 적다. 이는 AI의 성별 편향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한 시선, AI 윤리의 핵심
홀 박사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선 기술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윤리학, 철학, 심리학,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AI 기술은 성별뿐만 아니라 연령, 인종, 문화,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해당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윤리적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개인 정보 보호 문제와 인종차별 우려가 제기된 안면 인식 기술은 여전히 명확한 규제 기준이 없어 사회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홀은 "우리가 기존에 못 본 위험들을 인공지능이 드러내고 있다"며, 기술의 이득은 활용하되 그로 인한 리스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 중심의 AI 활용, 감시와 조율 필수
그녀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대해 "계산기처럼 인간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도구"라고 평가한다. 생성형 AI는 의료, 교육,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 자동 번역기 등 일상 분야에서 AI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여전히 성별, 인종 등의 편견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AI가 내리는 판단에는 인간의 직접적인 검토와 감시가 필요하다. 홀 박사는 "AI는 인간의 지성과 창의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시키는 도구가 돼야 한다"며,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사람의 역할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다양성과 윤리가 AI 발전의 열쇠
웬디 홀 박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만큼, 그 기반은 윤리와 다양성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 다양한 시선과 책임 있는 사용이 병행되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핵심 주장이다.
🟡 에디터 의견
웬디 홀 박사의 경력과 주장은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 미래 사회의 철학을 고민하게 만든다. AI라는 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술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과 권리에 맞닿아 있는 문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녀처럼 기술의 ‘사람다운 사용’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