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AI의 교차점, 영국이 이끌 수 있을까
토니 블레어 연구소(Tony Blair Institute, 이하 TB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과 예술이 융합되는 시대에 영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Rebooting Copyright: How the UK Can Be a Global Leader in the Arts and AI(저작권의 재정비: 예술과 AI에서 영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술과 문화 분야의 선도를 위한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AI 시대, 새로운 창작 기준 형성 중
TBI는 전 세계가 예술과 AI 기술이 융합되는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를 선도하는 국가가 향후 기술, 미학, 규제의 기준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AI가 텍스트, 이미지, 음향 등 콘텐츠 제작 및 소비 방식을 급변시키고 있다며, 이는 과거 인쇄기, 축음기, 카메라의 등장이 불러온 사회적 전환에 비견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창의성의 끝이 아닌 새로운 확장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영상 편집, 음악 작곡뿐 아니라 과학 연구, 의료 영상 분석, 재해 상황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창작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변화다.
저작권 논란과 정책 불확실성
한편 AI의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관련하여 영국 저작권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TBI는 현재 논의가 개발자와 저작권자 간의 대립 구도로만 접근되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동의 기회와 해법을 가리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명확성이 확보될 경우, 이는 기술 혁신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에 뒤처진 저작권 법제도 개선 필요
과거에도 카세트테이프나 VHS 같은 기술이 거센 반발을 불러왔지만 결국 사회가 적응해 왔듯, TBI는 AI 시대에 걸맞은 저작권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제안한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 예외 조항'과 권리자의 옵트아웃(opt-out) 권리를 포함한 절충안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실효성과 집행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새로운 정책 프레임워크와 지원 기관 제안
보고서는 AI가 만들어내는 신예술 장르에 대응하기 위해 ‘AI 및 창작 산업 센터’의 설립을 제안했으며,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에 대한 특정 부담금 부과와 보상 체계도 언급했다. 또한,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 디지털 워터마킹 문제, 인간 창의성 표준 정립 등의 과제를 포함한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도 제시했다.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돼
그러나 보고서는 일부 비판에도 직면했다. 특히 저작권 제도에 대한 명확한 해석, 권리자 강화 제도에 대한 공정성, 인간과 기계 학습의 유사성 비교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또한 예술계 종사자와 창작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며, 현장과 괴리된 접근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 중심 정책에서 현장 목소리로 확대 필요
영국이 AI 시대의 기술 및 문화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일은 분명 유의미한 목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법제,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예술가와 창작자 등 실질적인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TBI 보고서는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그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열린 논의와 다각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논의가 주목된다.
🗣️ 의견
TBI의 보고서는 급변하는 AI 시대에서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기존 법제도와 기술 발전 간의 간극을 메우자는 제안은 타당하다. 하지만 산업 통제나 법적 권리를 지나치게 개발자 혹은 권리자 일방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면 창작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논의에서는 예술계의 경험과 우려를 적극 수렴하는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