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AI 인프라 확대 계획, 텍사스 규제로 차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 계획에 텍사스주 신규 법안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텍사스 주의회가 준비 중인 새로운 규제로 인해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센터의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투자자와 함께 추진 중인 초대형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명칭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AI 개발에 요구되는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 20개소 건설을 예고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픈AI(OpenAI), 소프트뱅크(SoftBank), 오라클(Oracle), 아랍에미리트(UAE)의 투자자 등이 참여한 민관 협력 사업으로, 투자 규모만 최대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달한다. 당초 텍사스는 규제 우호성 및 에너지 인프라 측면에서 적합한 지역으로 선정되었으나, 주정부의 입장 변화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되었다.
SB6 법안, 전력망 보호 명목으로 규제 강화
문제의 핵심은 텍사스 주의회가 추진 중인 SB6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21년 겨울 폭풍 ‘우리(Uri)’ 당시 발생한 전력망 붕괴를 계기로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설계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데이터 센터 신규 건설 시 최소 6개월 이상의 검토 기간 및 최대 24개월의 승인 절차, 전력망 사용료 부과, 비상용 발전기 구비 의무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프로젝트의 예산 증가는 물론, 일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 공사는 시작됐지만 향후 계획은 불확실
현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텍사스 애빌린(Abilene)에서 첫 데이터 센터 착공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향후 예정된 다른 지역의 공사 추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텍사스 주변 주들이 프로젝트 유치를 노리고 있으나, 역시 필요한 에너지 및 기반 시설이 부족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규제로 인해 투자 위축 우려 높아져
트럼프의 AI 비전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 건설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중 간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주도권 확보 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가 필요 투자 유입을 막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텍사스 “에너지 책임 기술기업이 져야”
한편, 텍사스 주 관계자들은 “이번 법안은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AI 리더십 공약과 부합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스스로 에너지 수급을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하에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관세 등 복합 변수 겹쳐
이번 SB6 법안 외에도 글로벌 데이터 센터 개발 둔화, 건설 자재와 장비에 대한 수입 관세 등 다양한 외부 요인 역시 미국 내 AI 인프라 확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정치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혁신을 위한 기반 조성이 점차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자 의견
이번 사안은 미국의 기술 주도권 확보를 둘러싼 정치와 정책, 그리고 시장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대표적 사례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현실적인 기반 시설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할 경우, 의도와는 반대로 기술 발전 속도가 오히려 더뎌질 수 있다. 특히 텍사스처럼 경제 유인을 통해 기술 기업 유치를 꾀했던 지역에서 규제가 강화된다면, 향후 미국 내 AI 생태계의 지역 분포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실질적 에너지 수급 안정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정책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