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 패권 향한 새로운 전략…과거 글로벌화에서 후퇴
글로벌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은 세계화의 중심이었던 개방 정책에서 후퇴하며, 공급망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부터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에 이르기까지 핵심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지만, 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이든과 트럼프, 기술 주도권 확보 전략의 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조금과 투자 유인을 통해 산업 기반을 다지려는 접근을 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의회의 협조 부족과 행정 지연 등으로 인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하이오주에 착공한 인텔의 반도체 공장은 아직도 완공되지 못한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압적인 전략을 펼친다. 무역 압박과 관세 위협을 통해 기업들을 움직인다. 최근 엔비디아(Nvidia)가 중국과의 협력에서 발을 뺀 것은 정책보다는 실행 권력자의 직접적인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류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와 '지식 재산'
트럼프의 전략은 주로 하드웨어와 물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는 서비스와 지식 재산(IP)의 역할이 훨씬 크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만 하더라도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은 항공기 판매보다 유지보수 서비스다. 그러나 중국의 조치로 보잉의 항공기 인도가 금지되면서 서비스 수익도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의 전략: 과거는 남에게, 미래 기술엔 가격 매기기
미국의 전략이 불명확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일종의 계산된 판단일 수도 있다. 일부 기술에서 과거를 고수하는 국가들에게는 접근을 허용하고, 미래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독점권을 확보한 뒤 접근 비용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미국은 AI, 바이오테크, 플랫폼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오픈소스 AI인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전략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제약 산업도 흔들리다…FDA 투명성이 부작용으로
제약 산업에서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라이 릴리의 항당뇨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 이를 기반으로 모방약과 위조약이 전 세계에서 등장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과 인도처럼 주요 원료 의약품 수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지식 재산 보호 체제의 균열
1945년 이후 미국은 개방성과 지식 재산 보호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 지형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급망을 닫고, 국가 안보 명분으로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변화는 미국의 IP(지식 재산) 체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 이들 국가가 미국 특허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피해는 미국 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수익 구조는 불확실
미국이 계속해서 혁신을 이어가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혁신을 어떻게 독점적으로 통제하고, 수익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술의 국경이 모호해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미국의 전략은 이제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의견:
미국이 리쇼어링과 보조금 중심의 정책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자국 내 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글로벌 신뢰를 잃고 지식 재산 보호 체계라는 핵심 기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개방성과 협력이 축소된 세계에서 진정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국은 다시 고민해볼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