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가 맡아야 할 일의 경계선은?
최근 몇 년간 AI의 역할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며, 어떤 일들이 인간이 아닌 AI에게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연결의 힘', 즉 '연결 노동'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인간적 관계의 가치: 상담실과 병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간호사는 간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인간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노숙자의 발을 씻겨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는 인간적인 겸손과 봉사, 그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행위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병원과 진료실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힘
사회 과학자는 5년간 연구를 통해 인간 상호작용이 가지는 중요성을 탐구했다. 예컨대, 의사와 환자 간 관계는 건강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며, 상담가와 내담자 간의 연결은 상담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저자는 '연결 노동'이라고 부른다.
'보여진다'는 경험은 인간에게 존엄성을 느끼게 하고, 상대방이 내 존재를 인정해주는 행위로 간주된다. 전과자를 위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인간적 관심을 통해 참가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연결 노동의 중요성과 위기
연결 노동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에 기여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예컨대, 바리스타와의 짧은 대화조차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줄 수 있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진정으로 배움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들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연결 노동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데이터 분석 업무로 인한 과중한 부담과 AI 도입의 확산은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점점 대체하려 하고 있다.
기술의 자리, 그리고 우리의 선택
그렇다면 AI가 정말로 인간 관계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인간과 AI 간의 관계는 부드러운 순간뿐 아니라 뜨거운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포함한다. 부끄러움, 연약함 등의 어려운 감정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AI로 대체되기 어렵다.
의견: 인간다움을 잃어선 안된다
AI는 많은 노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진 인간적인 연결과 그로 인해 생기는 존엄성을 AI가 대체할 순 없다. 나아가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연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적인 상호작용의 감소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AI와 인간이 공존할 미래의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