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능성만으로 구금되는 미래 사회
라일라 랄라미의 소설 『드림 호텔』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범죄 가능성을 판단해 수감 여부를 결정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박물관에서 일하는 평범한 아카이브 직원 사라 후세인. 그녀는 AI 보안 시스템 ‘스카우트(Scout)’에 의해 “위험 점수”가 높게 측정되며 별다른 전과 없이 구금된다. 이로 인해 여성만 수감되는 매디슨 구금 센터에서 생활하게 되며, 거기서 그녀는 철저히 감시받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위험 점수’와 꿈까지 감시하는 기술 사회
이 소설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은 ‘리테이니즈(retainees)’다. 이는 처벌이 아닌 ‘위험 관리’라는 명목으로 시민을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사람들은 개인 정보, 일상 감시, 그리고 뇌에 삽입된 기기 ‘드림세이버(Dreamsaver)’를 통해 수집된 꿈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를 부여받게 된다. 드림세이버는 사람들의 꿈을 정부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로, 사회는 이것을 안전 유지의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는 사생활 침해와 개인 권리의 무력화를 불러온다.
기술의 판단이 낳는 불평등의 재생산
랄라미는 사라 후세인의 이야기와 그녀의 이민자 부모가 겪었던 차별 경험을 교차시켜, AI 역시 기존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소한 실수나 과거의 상처, 또는 단순한 오해가 데이터상에서 부풀려져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현실이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어떻게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오용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통제를 넘어선 인간 경험의 조명
『드림 호텔』은 주인공 사라가 부당한 억류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그리고 비인간적인 행정 시스템 앞에서 마주하는 좌절을 통해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감정의 깊이를 전달한다. 청문회는 자의적이며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고, 관리들은 그녀의 사정을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작가는 감정적 고통을 공간적 현실로 전환시키며, 개인과 사회 시스템의 긴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안전과 자유의 경계에 선 인간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은 현재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안전이라는 이름하에 계속해서 확대되는 감시 체계는 자유의 본질을 위태롭게 하며, 독자에게 ‘우리는 어디까지를 허용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기술 발전과 정의, 인간 존엄성의 경계가 쉽게 흐려지는 시대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조명한다.
의견
『드림 호텔』은 단순한 SF 소설을 넘어,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편향, 감시 사회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감정과 디지털 기술 사이의 충돌을 정교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실제 기술 발전이 이러한 소설적 상상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섬뜩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