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협업한 화가 데이비드 샐리, 오래된 작품에 새 생명을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 데이비드 샐리(David Salle)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자신의 과거 작품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최근 그는 1980년대에 제작했던 풍경화 시리즈 'Pastorals'를 AI를 활용해 재해석한 신작 시리즈 'New Pastorals'를 선보이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 예술교육 받다: 샐리의 창작 파트너가 된 기계
디지털 회화에 회의적이던 샐리는 하나의 실험적인 게임에서 출발했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그의 그림 요소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면서 AI 이미지 생성기를 개발했고, 워홀(Andy Warhol), 호퍼(Edward Hopper),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같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학습시켰다.
그는 이 과정을 “AI를 미술학교에 보낸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기계가 그의 스타일을 점차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창작 과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샐리는 특히 자신의 구아슈(gouache) 작품을 AI가 점차 정확하게 해석하고 반영하는 데 주목했다.
AI와의 공생으로 탄생한 'New Pastorals'
신작 'New Pastorals'는 과거 작품과 달리 보다 유려하고 추상적인 붓질을 보여준다. 샐리는 AI가 만들어낸 디지털 밑그림을 바탕으로, 유화 물감을 사용한 인간적인 붓터치를 더함으로써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실험했다. 이 새로운 시리즈는 비평가들로부터 과거보다 더 역동적이고 표현적인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샐리 특유의 포스트모던 감성이 여전히 돋보이며, 여러 시대와 형식을 차용하는 동시에 '예술의 순수성과 창의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예술의 미래를 묻다: 기계는 협업자일 뿐
샐리는 AI를 ‘도구’로 보지 ‘대체자’로 보지 않는다. 그는 AI가 자신의 창조성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이며, 고유한 시각은 여전히 인간 예술가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예술 속 AI의 역할을 도전적인 예술 실험으로 이끌고 있으며, 예술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의견
데이비드 샐리는 AI가 예술 창작에서 단순한 효율 도구를 넘어 창의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AI에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협업을 이끌어냄으로써 기계와 인간의 창작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예술의 본질이나 작가성에 대한 논의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이 AI와 협업하면서, 예술의 정의 자체가 점점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