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언론, AI가 만든 첫 번째 신문 선보여
이탈리아의 보수 자유주의 성향 일간지 일 포글리오(Il Foglio)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전부 제작한 신문을 선보였다. 이번 실험은 한 달간 이어지는 저널리즘 실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I 기술이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해당 신문은 총 4면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 신문판 사이에 별도로 첨부돼 배포됐다.
기사 작성부터 독자 편지까지 전면 AI 활용
‘Il Foglio AI’라는 이름이 붙은 이 특별판은 기사 작성은 물론, 제목 작성, 인용 문구 구성, 심지어 풍자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AI가 도맡았다. 인간 기자들의 역할은 질문을 AI에 입력하고 해당 응답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
첫 면의 주요 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탈리아 내 트럼프주의자들의 역설’과 ‘캔슬 컬처’를 다뤘다. 이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년간 이어진 ‘공허한 약속’들에 대한 분석과, 이탈리아 경제 상황 호전을 보도하는 기사도 포함됐다. 특히 후자의 내용은 세제 개편을 통해 노동자 계층의 소득 재분배가 개선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연애 기피 세대 조명한 AI 분석도 포함
한 편에서는 유럽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정식 연애보다는 불투명한 관계를 선호하는 현상—을 다뤘다. 전체적으로 해당 기사들은 구조적으로 깔끔하고 문법 오류 없이 잘 정리돼 있었으나, 어떤 기사도 인간 인터뷰나 실제 인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독자 편지도 AI가 쓰고 응답
끝 면에는 독자 편지 형식의 콘텐츠가 실렸는데, 이 역시 독자가 아니라 AI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었다. 예컨대 한 “독자”는 AI 발전이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AI는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며 대답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AI가 이미 실제 뉴스 제작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일 포글리오는 이를 통해 AI가 저널리즘에 줄 수 있는 기회와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탐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의견
AI가 전체 신문을 단독으로 제작했다는 점은 저널리즘의 미래 방향에 강한 상징성을 준다. 일 포글리오의 실험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서, AI 저널리즘의 윤리성과 신뢰성, 그리고 인간 기자의 역할 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드러낸다. 인간 고유의 관찰력과 공감, 그리고 비판 의식이 부재한 AI 콘텐츠는 정보의 신뢰 기반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AI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