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기상예보 혁신…연구진 "컴퓨터 한대로 가능"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의 기상예보 시스템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앞으로는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정확한 날씨 예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기존 시스템보다 수천 배 적은 계산 능력을 사용하면서도 수십 배 빠르게 예보를 제공할 수 있다.
AI가 날씨 예측…슈퍼컴퓨터 시대 끝나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앨런 튜링 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의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측 시스템 ‘Aardvark Weather’를 발표했다. 논문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6월 20일 게재됐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기상관측소, 위성, 기구, 선박, 항공기 등이 수집한 데이터들을 AI에 학습시켜 예측 모델을 생성한다. 기존 예보 과정에서 필요했던 복잡한 수치 계산과 슈퍼컴퓨터 운용을 대체할 수 있어, 예측 속도는 물론 비용과 정확도 측면에서도 큰 도약이 기대된다.
"아프리카 농업부터 유럽 풍력까지 맞춤 예보 가능"
리처드 터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 기술은 아프리카 농업지역을 위한 온도 예측이나 유럽의 재생에너지 기업을 위한 풍속 예측처럼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날씨 예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기상예보 시스템은 이런 맞춤형 예보를 위해 수년간의 개발과 수많은 전문가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Aardvark는 연구자 한 명이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로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다.
국경과 기술 격차 넘는 '예보의 민주화'
스콧 호스킹 앨런 튜링 연구소 과학 및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이번 기술은 기상예보 분야를 민주화할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도 고성능 기상 예측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정책 결정, 재난 대응, 산업 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모델은 기존의 5일 예보를 넘어 8일에 이르는 장기 예보는 물론, 특정 지역을 정밀하게 짚어내는 초국지적 예측도 가능하다.
"자연재해 예보도 더 정확해진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안나 앨런 박사는 “이 기술은 허리케인, 산불,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대기오염, 해양 경향, 해빙 변화 같은 기후 관련 이슈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ardvark는 기존 수치연산 기반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수치 해법(numerical solver)'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방대한 입력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기존 시스템의 10% 수준의 데이터만 사용해도 미국 GFS(Gobal Forecast System)를 능가하는 정확도를 보였고, 미국 국립기상청과 유사한 수준의 예측 성능도 확인됐다.
의견
이번 연구 성과는 AI가 과학적 계산과 모델링 분야에서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생각된다. 특히 기상예보는 재난 대응과 농업, 에너지, 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직결된 만큼, 이 기술의 보급이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연결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떻게 더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예보 도구로 발전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