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창작 산업 침해 우려…AI 데이터 무단 활용 논란
채널4의 최고경영자 알렉스 마혼(Alex Mahon)은 최근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관련 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법안은 AI 기업이 영국의 창작 콘텐츠를 자유롭게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권자가 별도로 ‘이용 거부(opt-out)’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마혼은 이러한 접근이 영국의 창작 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작 산업, 영국 경제 기여도 높은데…AI에 ‘가치 탈취’ 당하나
마혼 CEO는 영국 창작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들이 국내 총부가치(GVA)의 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장 속도도 타 산업에 비해 1.5배 빠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업이 이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사용하는 것은 창작물의 ‘가치 탈취(scraping the value)’라고 비판했다.
"AI 기업이 먼저 허락받아야"…'옵트인' 방식 제안
그녀는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s)과 같은 AI가 창작물을 학습하는 데 있어 사용허가를 받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창작자가 사용을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 사용이 가능한 현재의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아닌, AI 기업이 먼저 라이선스를 취득해야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많은 작가·예술가·미디어 관계자들의 견해와도 일치하는데, 이들은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 사용함으로써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 위협받아…새로운 규제 필요성 제기
한편 마혼은 미디어 환경의 급변 속에서 채널4와 같은 공영방송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녀는 공영방송이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 중심의 콘텐츠 배포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공공적 기능을 잃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자 의견
AI 기술의 발전은 분명 창조적인 기술 활용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데이터’가 사실상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AI 기술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이 요구된다. 마혼 CEO의 발언은 단순한 기업의 수익보전이 아닌, 창작 생태계 전체를 지키기 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