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AI 모델 도입 논란…"진짜 모델 대체 우려"
H&M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제 모델의 디지털 복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패션 업계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디지털 모델은 실제 모델과 유사한 외형의 'AI 트윈'으로 제작되며, 모델의 동의가 있을 경우 마케팅에 활용될 예정이다.
H&M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요르겐 앤더슨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과정에 기술을 더하는 것"이라며, AI 활용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새로운 창작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모델 업계의 불안…할리우드 사태와 유사
이 같은 AI 기술의 도입은 최근 할리우드의 AI 관련 논란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영화·TV 산업에서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재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었듯, 패션 업계도 AI 모델이 기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영국 방송·연출·영화 기술인 노조인 Bectu는 "일부 모델들은 사용료를 받을 수 있지만, 패션 업계 전반의 크리에이터와 스태프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AI가 업계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응답했다.
AI 복제 모델, 공정한 보상 가능할까?
모델 권익 단체인 모델 얼라이언스(Model Alliance)의 설립자인 사라 지프는 "모델들이 AI 트윈의 상업적 이용으로부터 공평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H&M 측은 "AI 트윈의 활용 여부와 보상은 모델의 소속 에이전시와 협의하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관련 법률이나 규제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일부 모델들은 외모가 무단 사용되거나 AI에 의해 외형이 왜곡되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 법안으로 AI 남용 막을까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뉴욕주에서는 '패션 노동자 보호법(Fashion Workers’ Act)'을, EU에서는 'AI 규제법(AI Act)’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이들 법안은 모델의 이미지나 외형을 AI 생성물에 활용할 경우 명확한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술의 양면성…기회인가 위협인가
일부에서는 AI 기술이 다양한 체형과 인종, 소외된 그룹까지 모델링을 확장시킬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AI 모델링 스타트업 라랄랜드AI(Lalaland AI)의 창립자는 "AI는 다양성을 촉진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AI 모델이 소수 인종 모델의 특징을 왜곡하거나, 실제 모델보다 '정형화된 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사례도 많아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유명 모델에게는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신인 모델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모델들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진보에도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감성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AI 기술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 모델만이 전달할 수 있는 독특한 감정과 감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와 즉흥적인 연출은 디지털 모델이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자 의견
AI 기술이 패션 업계에 가져올 변화는 분명히 무시할 수 없다. 다양성과 창의성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노동자의 권리 위축과 인간 모델의 감성을 대체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술의 진보가 업계를 풍요롭게 하려면, 윤리적 기준과 공정한 보상 체계를 동시에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