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을 둘러싼 '시민 전쟁'…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1967년 영화 졸업에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주인공 벤자민(더스틴 호프만)이 부모가 주최한 파티에서 한 손님으로부터 "플라스틱(Plastics)"이라는 단어를 듣는다. 이는 당시 미래 산업을 암시한 말이었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에게도 졸업식 날 누군가 "AI"라는 마법 같은 단어를 속삭인 것은 아닐까 싶다.
AI 투자, 수익 없는 도박일까?
이 네 기업이 2024년 한 해 동안 집행한 자본 지출만 총 2,460억 달러(약 328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어 3,200억 달러(약 426조 원) 이상을 AI에 투자할 계획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합리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이다. 둘째, 인공지능 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처음 달성하는 것이 막대한 이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셋째, 기업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어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대신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I 개발의 새로운 길, 중국이 제시하다
AI 개발은 오랜 기간 동안 단순한 "계산력의 힘"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AI 모델 DeepSeek-R1이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 DeepSeek-R1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은 자원을 사용하면서도 효율적인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AI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AI '왕당파' vs. '라운드헤드'…승자는?
AI 분야에서도 두 가지 흐름이 충돌하고 있다. 한쪽은 AGI 실현을 목표로 하며, 다른 한쪽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접근법을 선호한다. 후자를 'AI 라운드헤드'라고 부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 내전에서 왕당파(Royalists)와 의회파(Roundheads)가 대립했던 것처럼, AI 개발 방식에서도 비슷한 대립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딥마인드 공동 창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AI 라운드헤드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딥마인드는 궁극적으로 AGI를 목표로 하지만, 현재까지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망막 스캔을 분석하는 AI, 세계 바둑 챔피언을 이긴 AlphaGo, 단백질 접힘을 예측해 신약 개발에 기여한 AlphaFold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미래의 승자는 'AI 라운드헤드'?
AGI를 향한 기술 왕당파들의 도박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AI 라운드헤드'가 더 유리한 입장일 수 있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경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AI의 미래는 무작정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견
AI 산업에서 기업들이 AGI 달성을 향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이해할 만한 전략이다. 하지만 단순한 계산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중국의 DeepSeek-R1처럼 효율적인 방법론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AI 라운드헤드 접근법이 단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며, 장기적으로도 AGI를 향한 올바른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